어느 햄버거집 사장님을 만났다. 국내에서 햄버거 좋아하는 사람은 알만한 그런 브랜드의 대표님이었다. 얼추 보아도 서른 중후반대의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이런 순수한 사람이 있었다니’라는 느낌을 이야기하는 내내 받았다.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배움과 즐거움이 시간이었다. 그분은 실로 진정성있는 사람이었다.
그분은 햄버거에 대해 진심이었고, 자신과 함께 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진심이었다. 벌써 10년째 햄버거 장사를 하고 계신터라 이제는 식구도 많이 늘어났고, 그만큼 큰 책임감을 느끼신다고 했다. 직원들의 지인이나 가족이 직원으로 함께 하는 경우도 종종 생겼고, 그들이 가족과 자녀를 소개해줄 때면 더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고 하셨다. 그래서 어떻게 이들을 더 잘 챙겨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누군가는 너무 진지하다고, 낯간지럽다고, 말도 안된다고, 유치하다고 혹은 순진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말들이었다. 그러나 그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왜인지 모를 믿음이 갔다.
형, 사람이 논리로 설득될까?
방시혁이 젊었을 시절에 박진영에게 했던 질문이라고 한다. 꽤 예전에 접했던 에피소드였는데 대표님을 만나고 어째선지 저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멘토가 이전 회사에 합류할 때 이와 관련된 조언을 건넨 적이 있다. “논리로 남을 설득하려 하지 마라. 관계에 집중해서 신뢰를 먼저 쌓아라. 설득은 논리보다 신뢰에서 오는 거다.” 햄버거집 대표님과 이야기하면서 그 사람이 그리는 꿈에 대해, 그 사람이 이루고 싶다고 말하는 목표, 터무니없어 보일지도 모르는 비전에 나는 설득당해버렸다. 이 사람이 꿈을 이루면 좋겠다는 마음과 이런 사람과 함께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대표님과 대화하면서 대표님의 현장관에 대해 가장 많이 물어봤다. 현장 사람들은 방어기제가 강하다. 그들은 타인을, 특히 오너를 쉽게 믿지 않는다. 현장을 잘 모르는, 현장과 거리가 먼 오너의 경우에는 더더욱 경계한다. 현장 근무자는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노동은 육체에 피로를 직접적으로 누적시킨다. 그래서 업무 강도가 높아질 때 현장은 단순히 힘들어지는 걸 넘어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쉽게 감정적이게 되기도 하고, 그래서 현장과 오너/관리자가 충돌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악은 매출이 올랐을 때 박수치는 이들이다.
성공한 자영업자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현장과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점이다. 이런 직원들은 오너를 상대로 벽을 세우지 않는다. 신뢰가 기저에 깔려있다. 더 나아가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사장님들은 본인만의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어 낸다. 함께 하는 사람의 니즈를 채워주고 이익을 실현시켜줌으로써 함께 나아갈 동력을 얻는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굴러보며 배운 것들이다. 그래서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사람을 다루는 비즈니스다.
진심이 전달되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하세요?
대표님께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그분의 대답은 매우 짧았다. 늘 다시 찾아가서 이야기한다고 한다. 상대가 받아줄 때까지. 상호간의 대화가 될 때까지. 상대방이 마음을 열어줄 때까지. 자신의 고민과 속마음을 이야기해줄 때까지. 계속 노력했더니 상대방도 자신이 가진 고민과 어려움, 진솔한 생각을 이야기해줬다고 한다. 그렇게 본인은 늘 솔직해지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한다.
진정성에 관해 생각해본다. 진정성이라는 것은 결국 대표님과 같은 단단함인 것 같다. 우리는 늘 우리 자신을 세상에 내놓고 부딪힌다. 이는 곧 우리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내던지고, 환경에 내던지는 것이다. 그치만 매번 쉽지 않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고, 똑같은 맥락과 환경이 없기 때문이다. 모두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다.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면 사람의 자연스러운 본성은 스스로의 부족함과 초라함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길 피한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내보이며 상대와 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이것은 솔직함이다. 이것은 다른 말로 용기다. 솔직하고자 하는 용기. 크든 작든 이 용기가 세상을 헤쳐나가는 단단함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먼저 갖춰져야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겸손을 얻을 수 있고, 타인의 진심을 얻을 수 있고, 관계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진정성은 ‘나’라는 범주 바깥에서 모든 기적을 만들어내는 시발점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