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 의식이 곧잘 모여든 주제. 각오했던 삶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음을 알게 되어서였을까. 높은 업무 강도는 아무렇지 않게 되었지만 그것이 기약없이 이어질 때에는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끝은 찾아오기 마련임을 배웠다. 지속불가능성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일까. 생각은 자연스레 미래로도 모여든다.
우리팀은 OKR 방법론을 활용해 업무를 관리한다. OKR은 구글에서 처음 고안한 업무 성과관리 프레임워크로, 회사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Objective와 각 objective의 하위에는 Key Result라는 측정 가능한 지표로 나눠 설정한 뒤 성과를 추적하고 관리한다. 단순하게 보면 주어진 기한 내에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성공 여부를 점검하는 것인데 이게 여간 쉬운 작업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OKR을 도입한지 1년이 다 되어가면서도 우리팀은 아직까지 OKR을 ‘잘’하지 못한다고 믿는다. OKR을 올바르게 잘 실행하고 있는지에 관한 여부는 ‘충분히 챌린지한 목표를 기한 내에 달성하고 있는지’로 판단하는데 큰 원인 중 한 가지는 늘 올바른 지표설정이다.
OKR에서 가장 주의할 점 한 가지는 KR을 결과지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결과지표가 아닌 행동지표를 KR로 설정하는 우를 범한다. 예컨대 커뮤니티로 비유하자면 “한달간 30개의 플랫폼과 타 대형 커뮤니티에 유입을 위한 홍보글을 작성하겠다“와 “일평균 1만 명 유입 및 1개월 총 50만 명 유입을 만들겠다“라는 두 가지 목표지표가 있을 때 두 지표 중 두번째 지표를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첫번째는 내 행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행동지표이기 때문에 정말로 이루고자 하는 결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반면 두번째는 정말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결부된 지표이기 때문에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실행을 할 것인지는 열려있고, 이에 따라 훨씬 더 효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높아진다.
결과지표와 행동지표라는 개념을 곱씹어 본다. 그간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삶에서 일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내게 있어서 번아웃이 찾아왔다는 것은 그간 내가 올바르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일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결과지표를 북극성 삼아 무작정 스프린트하는 것은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환경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다. 주어진 시간 내 목표의 달성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에서도 그럴까?
삶은 순간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떤 목표를 설정하든 어떤 목표를 달성하거나 실패하든 찰나에 불과하다. 늘 다음이 찾아온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 기대어 살아갈 경우 반드시 끝이 찾아온다. 끝이 있은 후에는 일시적인 성취와 좌절, 그리고 공허와 방황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무언가의 달성여부가 아닌 연속적으로 행할 수 있는 활동에서 의미를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정지우 작가는 “인생은 언제나 기분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쉼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할 때마다 실질적인 결과물과 함께 나 자신의 감정이 내게 되돌아온다. 행복일 때도 있고, 좌절일 때도 있고, 아쉬움 혹은 분노일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임하는 활동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돌아오는 감정이 대강 결정된다는 점인 것 같다. 어떤 순간에 행복이란 감정을 실어 스스로에게 보낼 것인가. 행복을 실어 태울 수 있는 순간이 많을수록 삶은 풍족해질 것이다. 그래서 거창한 것이 아닌 사소한 것에 만족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결과지표가 아닌 행동지표를 북극성으로 삼아야 한다.
언제나 확신에 가득찬 삶이라고 자부했는데 괜스레 고민이 많아진다.
역시 자만하는 순간 곧 인생은 철퇴를 내리는 법.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