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고, 또 그런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시급한 문제들이죠. 제가 지금 말하는 것은 가난, 기아, 노숙자, 오염, 대양에서의 남획 문제입니다. 시급한 문제들의 목록이 대단히 길기에 우리는 그런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바로 지금 말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문제들 역시 매우 많으므로 그것들 역시 해결해야 하죠. 그런 문제를 제거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장기적 문제가 시급한 문제가 될 때까지 기다려선 안 됩니다. 두 가지 모두를 해결해나가야 하는 것이죠. 당장의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장기적인 문제의 해결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우주로 가려 합니다. 때문에 이 회사의 이름도 블루 오리진, 즉 우리가 비롯된 푸른 행성을 뜻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정체된 문명을 마주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행성에 안주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문제, 그리고 장기적인 문제입니다.
매우 근본적인 장기적 문제는 우리가 지구의 에너지를 바닥낼 것이라는 점입니다. 어려운 수학을 동원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 문제죠. 에너지 고갈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동물인 인간은 97와트의 전력을 사용합니다. 그것이 인간이 대사율이죠. 하지만 선진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1만 와트의 전력을 사용하고 그것에서 많은 혜택을 얻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역동성과 성장의 시대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조부모 세대보다 나은 생활을 하고 있고, 우리 조부모 세대는 그들의 조부모 세대보다 나은 생활을 했습니다. 거기에서 큰 몫을 한 것이 우리가 얻어 우리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었던 풍부한 에너지입니다. 병원에 간 사람은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의료 장비, 운송, 우리가 향유하는 온갖 오락거리, 우리가 사용하는 약품. 이 모든 것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 에너지의 사용을 멈추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사용한다면 에너지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습니다.
세계 전력 수요의 연평균 증가율은 3%입니다.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 수치겠죠. 하지만 이것이 오랫동안 쌓이면 극도로 큰 숫자가 됩니다. 연평균 3%씩 증가한다는 것은 인간의 에너지 사용량이 25년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현재의 세계 에너지 사용량은 네바다주 전체를 태양광 전지로 뒤덮어야 감당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어려워 보이지만 가능한 일이긴 할 겁니다. 네바다의 거의 대부분은 사막지대니까요. 하지만 전력 수요가 연간 3%의 비율로 계속 늘어나는 상태에서 100~200년이 지나면 지구 전체를 태양광 전지로 덮어야 할 겁니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죠. 매우 비현실적인 데다 장담컨대 그리 유효하지도 않은 해법일 테니 말이죠.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능한 일 중 하나는 효율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좋은 아이디어이긴 합니다만, 그 방법을 우린 이미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수백 년에 걸쳐 에너지 사용이 연3%씩 늘어나는 동안 우리는 항상 효율에 치중해왔습니다. 예를 몇 가지 들어드리죠. 200년 전에 1시간 동안 사용할 인공광을 얻으려면 84시간 동안 일을 해야 했지만 현재는 1.5초만 일하면 됩니다. 양초에서 등잔으로, 백열전구에서 LED로 이동하면서 인간은 엄청나게 효율을 늘려왔습니다. 또 다른 예는 항공 운송입니다. 50년이라는 상용 항공의 역사 동안 우리는 네배의 효율 상승을 지켜봤습니다. 20년 전 한 사람이 미국 횡단 비행을 하는 데는 109갤런의 연료가 필요했던 데 반해 지금은 최신형 보잉 787기를 이용할 경우 단 24갤런만이 필요합니다. 엄청난 발전이자 대단히 극적인 일이죠.
인간의 에너지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효율이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될 테고요. 전력수요증가율이 3%라는 것은 이미 장래의 에너지 효율을 계산에 넣어서 나온 수치입니다. 무제한의 수요가 유한한 자원과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답은 너무나 간단합니다. 배급제죠. 우리는 그런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그 길에 처음으로 들어서는 것은 당신의 손자손녀가 될 테고, 그 길을 걷는 그들의 손자손녀는 당신보다 훨씬 못한 삶을 살게 될 겁니다. 좋지 못한 길이죠.
좋은 소식이 있긴 합니다. 태양계로 진출하면 모든 실용적 목적에 부합하는 무제한의 자원을 얻게 되리라는 게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체와 배급제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역동성과 성장을 택할 것인가?’라는 문제 앞에서 선택을 해야겠죠. 쉬운 선택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부지런히 일을 하면 됩니다. 태양계는 1조 명의 인간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은 우리에게 1000명의 모차르트와 1000명의 아인슈타인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문명은 엄청나지겠죠…
이런 식으로 우리는 절대 대체할 수 없는 행성, 이 유일무이한 보물을 지키게 될 것입니다. 플랜B는 없습니다. 우리는 지구를 구해야 하고, 손자손녀의 손자손녀들로부터 역동성과 성장의 미래를 빼앗아선 안됩니다. 보존과 성장, 둘 중 어떤 것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이 일을 누가 하게 될까요? 저는 아닙니다. 이것은 실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원대한 비전이니까요. 이 일을 하게 될 사람은 지금 학교에 있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입니다. 그들은 모든 업계에 전체 생태계를 아우르는 수천 개의 미래 기업을 세울 것입니다. 활발한 기업 활동은 미래 우리 후손들의 창의력을 자극해 우주를 이용하는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내게 하겠죠. 하지만 지금은 이런 기업 활동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관련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지금 당장은 우주에서 흥미로운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입장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손자손녀, 그리고 그들의 손자손녀에게 역동적인 미래를 물려줘야 합니다. 그들이 정체와 배급제의 포로가 되도록 놓아둘 순 없습니다. 우주로 향하는 길을 닦아서 미래 세대들이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게 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일입니다. 제가 1994년 아마존을 시작했을 당시 관련 인프라가 이미 세상에 마련되어 있었던 것처럼, 미래 우주 기업가들을 위해 우리가 인프라를 마련하는 지금의 일이 자리를 잡고 나면 여러분은 놀라운 일들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그 일들은 매우 빠르게 일어날 테고요. 약속할 수 있습니다. 계기만 있으면 사람들은 엄청난 창의력을 발휘합니다. 우리 세대가 우주로 가는 길을 닦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두면 우리는 앞으로 수천 명의 미래 기업가들이 진정한 우주 산업을 구축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습니다. 너무나 큰 비전처럼 들리십니까? 그렇습니다. 이 중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고, 모든 것이 대단히 어렵죠. 하지만 저는 여러분에게 영감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십시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요.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중에서
발명은 베조스를 사업으로 이끌어준 숭고한 활동이다. 그가 아마존을 만든 것처럼 인류의 역사에서 발명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탄생시켰고, 위대한 발명은 인류를 진보시켜 왔다. 모든 진보는 시행착오를 필수로 한다. 이 시행착오의 또 다른 이름은 방황이다. 단순히 ‘책’이라는 키워드가 지금의 아마존이 될 수 있었기까지 여러가지 시도와 수정이 있었던 만큼 방황은 그간 베조스가 거쳐온 여정의 상징인 셈이다.
베조스가 말하는 ‘발명‘은 언뜻 과학이나 사업을 연상케 하지만 사실 ‘창작활동’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창작활동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이자 기본활동이다. 인간은 자신만의 창의성을 발휘할 때 비로소 인간다울 수 있는 셈이랄까. 그리고 운좋게도 오늘날 우리는 발명을 통해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베조스처럼 자신만의 창작활동, 예술을 통해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되진 못했다. 산업이 발전했고, 여러 질병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과거에 비해 부를 효과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지만 이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 아직도 무수히 많다. 이 사람들은 베조스가 말하는 인간다움을 추구하지 못한다. 현재 추세를 보면 이들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서 더 많은 아이들이 이러한 인간다움을 누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인류의 존속 같은 이런 대단한 포부를 갖고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양한 생명체가 더불어 사는 생태계의 선순환을 돕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믿어왔다. 내 사업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관점을 잘 고수해야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베조스의 관점에서 이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인간다움은 인간 본성이 가진 무한한 욕심의 샘에서 비롯되지만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출처에서 자원을 조달하고, 개개인이 창의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진짜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블루 오리진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가 자원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우주 진출의 활로를 뚫는 데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 그게 ‘인간다움‘을 계속 되물림해주는 것이라고…
모든 것은 자연에서 비롯되어 자연으로 돌아간다. 단지 각각의 대상이 변환할 때 소요되는 비용이 다를 뿐이다. 언제나 그렇듯 여기서도 아마 시간이 중요한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순환하는 생태계 안에서 어쩌다 자원이 부족해졌는지에 관해서는 우리가 만든 체계에 대해서도 깊이있게 돌아봐야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하는 데 명백한 한계가 있고, 각각의 관점에 대한 가치판단은 차치하려 한다. 문제에 대한 더 많은 해결책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사인이니까. 그래도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새로운 각도로 바라볼 수 있음은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