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는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우선, 무언가를 보는 방식이 바뀌었다. 사소한 일에서 시작해 업무 하나하나와 더 큰 단위의 프로젝트, 더 넓게는 인생에서까지 무엇이 진짜로 중요한지를 챙기게 되었다. 두번째로는 주변 사람이 바뀌었다. 현재 멘토로 계시는 팀장님을 만나게 되고, 팀에 조인했다. 내가 만나고 어울리는 사람의 풀이 팀장님을 중심으로 바뀌었다. 주변 사람의 변화는 환경의 변화로 이어졌다.
환경과 생각의 변화를 통해 배운 것들은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1/ 일하는 법을 배웠다.
모든 업무는 문제를 해결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으로 일맥상통한다. 어떤 업무든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많은 조직에서 기획,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여러 도메인으로 나눠 처리하지만 결국 문법만 다를 뿐 모두 문제를 해결하는 걸 목표한다. 예컨대, 디자인은 그냥 예쁜 시안이 좋은 디자인이 아니고 기획 의도에 적합한 시안을 만드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다. 마케팅은 단순히 아무 고객이나 데려오는 것이 좋은 마케팅이 아니고 의도한 고객을 데려오는 것이 좋은 마케팅이다. 이렇듯, 주어진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잘 풀어내는 것이 일 잘하는 게 된다. 그래서 문제해결이 모든 업무의 본질이고 꽃이다.
문제해결은 1)WHAT, 2)HOW, 3)WHY 세 가지로 구성된다. 1)WHAT은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문제를 정의하는 부분이고, 2)HOW는 정의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부분이다. 3)WHY는 WHAT과 HOW를 각각 검증하고 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각각을 한 사이클로 반복한다.
WHY가 가장 중요하다. 좋은 조직은 WHY로 시작해 WHY로 끝난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생각과 관점은 WHAT과 HOW를 통해 드러나더라도 결국 WHY가 모든 생각을 연결한다. 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왜 이 문제가 중요한지, 왜 이러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WHY는 논리의 또 다른 이름이고, 협업의 기반이 되는 설득의 문법이다. 그래서 좋은 인재는 명확한 기준을 갖고 당연한 것을 당연시 여기지 않으며, 좋은 조직은 다양한 생각을 연결하는 높은 WHY 밀도를 갖춘 조직이다.
문제 잘 풀기만 하면 빨리 갈 수 있어도 멀리 가기는 어렵다. 다른 사람하고 같이 잘해야 한다. 같이 잘하려면 좋은 커뮤니케이션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왜 풀어야 하는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가 전달될 때 그 생각의 가치가 비로소 입증된다. 복잡하게 말하는 것, 어렵게 말하는 것, 생각의 흐름대로 말하는 것 모두 피해야 한다. 나만의 생각을 다른 사람은 모르기 때문에 쉽고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내 생각을 올바르게 표현하고 설득하는 것도 일이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인재들을 이어 좋은 조직을 만든다.
2/ 사업을 배웠다.
“팀장님이 가진 관점을 접하고, 팀장님으로부터 사업을 배우고 싶습니다.” 팀장님과의 첫 대면에서 했던 말이다. 그땐 사업이 단순히 돈을 버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사업에 대한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변화를 돌아보는 차원에서 지금 내가 생각하는 사업은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사업은 무언가를 만들고 시장으로부터 돈을 벌어 들이는 일이다. 모든 것이 돈으로 거래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돈으로 무엇을 살지 선택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산다는 것은 사람들의 삶에서 그것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 혹은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간단히 말해, 기존에 있던 것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거나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건 무진장 어렵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든 간에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실제로 세상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드는 일이고, 만든 물건의 결과가 입증될 때까지 버텨내야 하는 일이고, 만들어낸 물건이 계속 공급될 수 있도록 판을 짜는 일이다. 그래서 무엇을 만드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누구와 하느냐가 중요하다.
사업은 무언가를 파는 일이다. 조직 밖에서는 고객을 대상으로는 가치를 팔아 돈을 얻고, 조직 안에서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팔고 타인의 협력을 얻어내는 일이다. 파는 일은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내어주고 제값을 받는 거래이고, 양자합의를 기본으로 한다. 서로가 서로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선택하려면 신뢰가 기반해야 한다. 고객에게는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신뢰를 주고 받고, 동료에게는 함께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신뢰를 주고 받는다. 그래서 사업은 사실 주고받는 선택의 기반이 되는 신뢰가 가장 중요한 일이다.
3/ 인생을 배웠다.
삶은 그 사람이 가진 믿음의 총합이다. 인생은 믿음의 총합을 기르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는 사람수 만큼이나 많은 믿음과 꿈과 생이 있다. 걔중에는 믿음이 꽃피운 삶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삶도 있을 것이다. 단 한 번 주어지는 여정 안에서 나만의 믿음을 꽃피우기 위해선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올바른 인간관계를 맺어야 한다. 세상은 우리의 인생으로는 매우 단편적인 일부밖에 담아내지 못할 만큼이나 거대하다. 그래서 나의 믿음과 내 삶이 향하는 방향에 공감해주고 도움줄 조력자를 만들어야 한다. 짧지 않은 여정을 계속 이어가려면 등 떠밀어주고 같이 걸어줄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실력을 갖춰야 한다. 세상은 다양한 질서에 의해 돌아간다. 질서에는 사람이 만든 것과 자연에 의한 것, 그리고 보다 심도 있는 차원의 것도 있다. 실질적으로 무언가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세상의 질서에 맞서야 하는 순간도 찾아온다. 어떠한 상황이 주어지든 간에 질서에 간섭할 수 있는 힘을 갖춰야 나만의 믿음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다.
물론, 기존의 질서를 뒤바꾸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만이 인생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움 없는 도전을 하고 있고나 혹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길을 걷고 있다면 그것이 자신의 길인지는 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다르고 저마다의 기질과 배경, 생각을 바탕으로 각자 다른 꿈을 갖는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다.
내가 추구하는 믿음을 단단하게 다지고, 뾰족하게 다듬어야 한다. 실력으로 내가 믿는 가치를 입증할 때 세상은 반응한다. 리스크와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 말자. 실패를 회피하며 이룰 수 있는 것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책임지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확고한, 떳떳한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