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속에서 배우고 깨닫지 않는다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그렇기는 해도 “이 세상은 이런 거란다. 이런 세상 속에 인간이 살고 있는 것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단다.” 하고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겠지. 만에 하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 설명을 듣고 아, 그런거구나, 하고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영어와 기하와 대수라면 나도 가르쳐 줄 수 있어. 하지만 사람이 모여 세상을 만들고, 그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삶을 짊어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물어본다면 아무리 나라도 가르쳐 줄 수 없단다. 그건 너 스스로 어른이 되는 과정 속에서, 아니, 어른이 되고 나서도 계속해서 발견하고 깨닫고 배워야만 하는 문제야…
그림이나 조각, 음악에서 받는 감동이라는 것도 자기가 체험했을 때 깨달을 수 있어. 예술이란 것을 만나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네가 예술 작품에서 느낀 감동을 설명해 주어도 이해하지 못해. 더구나 마음으로 느끼는 감동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다고 해서 모두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예술을 이해하기 위한 마음의 눈, 마음의 귀가 제대로 열린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로 이해하지 못해. 마음의 눈과 마음의 귀는 훌륭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감동한 경험이 있어야만 열려. 인간이 만든 예술 작품도 이와 같은데 하물며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에 얼마나 큰 뜻이 담겨 있는지는 네가 사람답게 살아 보고 그런 시간 속에서 가슴으로 느껴 보아야만 깨달을 수가 있단다. 네 옆에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에게 네 삶의 가치를 배울 수는 없단다.
다행히 예부터 수많은 철학자와 종교인들이 사람다운 삶에 대한 지혜와 잠언을 남겨 놓으셨어. 지금도 많은 문학가와 사상가들이 사람다운 삶이라는 문제 앞에서 고민하고 있단다. 그리고 작품과 논문으로 자신들이 깨달은 비밀을 쏟아 내고 있지. 종교인들은 사람들 앞에서 설교를 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찾아낸 인생의 지혜를 글로 남겨 놓았어. 너도 이제는 조금씩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훌륭한 사람들의 생각을 배울 때가 되었는데 그렇더라도 마지막 열쇠는 코페르, 바로 너 자신이란다. 너 말고는 아무도 없어. 네가 인생을 살고, 인생에서 여러 가지를 체험하고, 체험하면서 생각한 것을 위대한 사람들이 남긴 지혜와 견주어 볼 때 비로소 그 사람들이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인생은 수학이나 과학하고 달라서 책만 공부해서는 정답을 배우지 못해.
인생에서 중요한 건 어느 때나 네가 느낀 진심, 네 마음을 움직이는 생각이란다. 그런 감정에서 비로소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거란다. 네가 무언가를 절실히 느꼈거나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이 있다면 그런 느낌이나 생각을 절대로 속여서는 안 돼. 어떤 일에서 또는 어떤 문제에서 네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늘 기억해 두렴.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감동을 받았다는, 인생에서 되풀이되지 않는 오직 단 한 번뿐인 경험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거야. 그것들이 모여 언젠가는 너만의 사상을 이루겠지.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네가 체험한 데서 출발해 솔직하게 생각하라는 것인데, 코페르!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란다. 여기에 거짓이 있어서는 안 돼. 조금이라도 거짓이 섞여 있다면 네가 아무리 위대한 것을 생각했다고 해도 모두 거짓이 되어 버린단다…
중요한 건 세상의 눈이 아니라 네 눈이야. 네 눈이 무엇에서 사람의 훌륭함을 찾고 있는지, 그것을 네 영혼이 알고 있어야 한단다. 그리고 진심으로 네가 생각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져야 해.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 때도, 네가 그것을 좋아한다고 확신할 때도 그 감정은 언제나 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어야 한단다. 기타미를 따라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삶에는 “누가 뭐래도” 하는 오기가 필요하단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와 네 엄마가 바라는 것처럼 훌륭한 사람은 될 수 없어. 네가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꿈꾸면서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단지 겉으로 ‘훌륭해 보이는 사람’이 될 뿐 네 자신에게 떳떳한 ‘훌륭한 사람’은 되지 못한단다. 세상에는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며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그들은 남들 눈에 비치는 자기 모습에만 신경 쓰다가 결국 진짜 나는 누구인지 잊어버리고는 하지. 나는 네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코페르, 다시 한번 말하는데 네 마음이 감동받을 때와 네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렴. 그 기분을 잊지 말고 언제나 그 뜻을 생각해 보도록 해.
너에게는 오늘 쓴 글이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구나. 간단히 말하자면 여러 가지를 경험하다 보면 그때마다 네 마음속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을 거야. 그 소리가 네 진심이란다. 네 진심에 늘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요시노 겐자부로,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중